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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조국의 虎視牛步 그리고 君君臣臣

  • 이상훈 기자
  • 입력 : 2018.12.04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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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뛸 때와 걷거나 멈출 때를 안다. 냄새와 소리로 사냥감이 저 멀리 있음을 감지한 호랑이는 수풀 사이를 우회해 다가간다. 절대로 뛰거나 소란을 떠는 법이 없다. 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한 발씩 다가가며, 사냥감이 눈치라도 챌까 싶으면 몸을 바닥에 끌어내린 채 멈춰 선다. 단 사냥감을 쏘아보는 눈은 결코 흐트러지지 않는다.

10m가량 남기고 접근한 호랑이는 사냥감을 향해 순간 돌진하고, 큰 몸집과 속도가 만들어낸 충격으로 사냥감을 일격에 쓰러뜨린다.

호시우보(虎視牛步)란 말은 정치권의 단골 표현이다. 당장은 힘들어도, 지금은 사정이 어려워도 이뤄내고자 하는 결기 하나만큼은 날이 서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동시에 한눈팔지 않고 목표를 향해 차분히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보통 선거 같은 격돌을 앞두고 자주 쓴다. 호시탐탐(虎視眈眈)과 흡사한 의미지만 어감의 차이 때문에 호시우보가 더 격이 있는 표현으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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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5일 호시우보라는 말을 썼다. SNS에 올린 글에서다. 경제 성과 부족을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밝히면서도 다양한 분야의 정책들을 문재인정부의 성과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 번에 `비약`은 못할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것"이라며 "민주정부답게 모든 비판을 감내·수용하며 `호시우보` 그리고 `우보만리`"라고 했다.

조 수석은 그동안 `호시우보` 했을까. 현 정부 민정수석의 일은 크게 세 가지쯤 된다. 인사 검증과 공직기강 다지기, 그리고 검찰 개혁이다. 야당이 `몽니를 부린다`는 여당 주장을 한껏 받아들인다고 해도 상당수 청문 대상 인사들은 여론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사안들도 꽤 등장했다.

공직기강 문제는 최근 불거졌다. 다른 공무원 등의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의 이런저런 일탈 의혹이다. 특감반원 전체가 통째로 교체됐다.

또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났지만 그토록 강조되던 검찰 개혁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적폐` 관련 수사를 벌이는 검찰의 역할만 비치고 있다.

게다가 엄중한 업무 때문에 국회 출석도 어려운 게 민정수석 자리다.
그런데 현안을 놓고 SNS를 통해 수시로 의견을 피력했다. `자기 정치`라는 소리까지 나왔다. 특히 경제 문제를 거론하자 야당에선 "민정수석은 이제 경제부총리가 되기로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호시도 우보도 그의 행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면 과도한 비판일까.

최근 바른미래당(김정화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렇게 조언했다. "군군신신(君君臣臣). 군주는 군주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이상훈 정치부 국회반장 겸 레이더P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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