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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L] `임의 영치`의 실체

  • 전지성 기자
  • 입력 : 2019.01.15 0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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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상으로는 압수의 일종으로서 법원 또는 수사기관이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 또는 유류(遺留)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하는 행위를 말함. 좁은 의미의 압수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는 강제처분의 일종이므로 법관의 압수수색 영장을 요하지만, 영치는 임의적인 것이므로 영장을 요(要)하지 아니함. 그러나 영치는 임의적이지만 사실상 일종의 강제처분 행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조사 절차 중 `영치`에 대한 공식 설명(공정위 홈페이지)이다. 매일경제가 지난 8일 사정기관들의 변론권 침해 현황을 보도(로펌·회사 법무팀 압수수색 남발…"기업 방어권 털어가나")하기 위해 피해 사례를 모을 때 이 절차에 대해 특히 말이 많았다. 공식 설명부터 문제다. 형사소송법을 거론해 공정위 조사가 검찰 수사와 비슷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는 `영장 없이 압수하는 행위`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헌법의 영장주의에 어긋난다. 헌법 12조 1항은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공정거래법 50조가 영치를 언급하고 있어 겉보기에는 구색을 갖춘 것 같지만 헌법의 쟁점을 대통령령에 미루고 있어 역시 문제다. "영치는 임의적이지만 사실상 일종의 강제처분 행위"라는 설명은 위헌 소지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임의`란 양쪽의 권한이 균형을 이룰 때 어울린다. 예를 들어 검찰은 공정위 등 다른 사정기관의 자료가 수사에 필요할 때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는다. 그럼에도 기업을 대하듯 사무실을 뒤져 자료를 쓸어가지 않는다. 이럴 때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받는다"고 표현한다. 공정위의 `임의`를 기업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시끄럽게 만들지 않으려고" "조사 방해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다"고들 한다. 공정위와 기업 사이에서 `임의적인 영치`란 허구에 가깝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영치`도 거론됐다. `영치`를 `일시 보관`으로, `영치조서`를 `보관조서`로 알기 쉽게 바꾼다는 내용이었다. 엉뚱하고 미흡했다.
위헌 소지와 기업들의 피해를 성의 있게 파악했다면 법원의 사법 통제를 받는다는 개선안이 필요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한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후보는 최근 선거운동에서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14일 매일경제에 "영치가 사실상의 강제조치라는 건 공지의 사실이라서 영장을 통한 법원의 통제를 받도록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사도 벌이기 전에 기업이 무엇인가 잘못했다고 단정하는 선입견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법조팀장

[전지성 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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