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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A] `베트남 편애` 韓에 섭섭함 토로하는 아세안

  • 임영신 기자
  • 입력 : 2019.01.22 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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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베트남만 바라보는 것 같다." 지난해 말 만난 미얀마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베트남 러시를 언급하며 한숨을 쉬었다. 구체적인 시기와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 등 한국 기업들이 미얀마에 투자를 타진했는데 아깝게 놓쳤고, 나중에 베트남이 낙점돼 허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에는 여러 나라가 있는데 한국은 유독 베트남만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섭섭함을 내비쳤다.

처음엔 미얀마의 가벼운 `질투` 정도로 넘겼다. 그러나 한국의 아세안 국가별 투자 현황을 보니 당시 미얀마 정부 관계자 말에 수긍이 갔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1~9월) 한국의 아세안 10개 회원국별 투자에서 베트남은 52.6%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싱가포르는 24.9%, 인도네시아는 7.5%였는데 2·3위라고 말하기엔 베트남과 격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캄보디아가 5.2%로 4위였고, 미얀마와 필리핀 등 나머지 국가들은 3% 이하에 그쳤다. 작년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 신규 법인은 총 956개사인데 이 가운데 무려 611개사(63.9%)가 베트남에 둥지를 틀었다. 좀 과장하면 한국은 베트남을 제외한 아세안 다른 나라들은 거의 쳐다보지 않았다. 여기에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열풍과 제2차 미·북 정상회담 무대로 베트남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한국과 베트남은 유례없는 속도로 빠르게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한국과 베트남의 밀월을 바라보는 아세안 다른 국가들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이다. 아세안엔 행동 원칙인 `아세안 웨이(ASEAN Way)`가 있다. 아세안을 구성하는 10개 국가들 면면을 보면 경제 수준, 정치체제, 종교, 언어, 가치관 등이 천차만별이다. 이런 `십인십색`이 하나의 지역공동체를 꾸려나가기 위해 `아세안 웨이`로 불리는 원칙이 생겼고, 그 핵심 중 하나가 만장일치다. 회원국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동등한 자격과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아세안 국가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투자 유치`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냉정한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일본 기업들이 적어도 아세안에선 분배에 신경 쓰는 것은 `아세안 웨 이`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이 일본 기업 천지라지만 일본은 2년 연속 한국을 제치고 베트남 최대 투자국이 됐고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도 투자를 꾸준하게 늘리고 있다.

아세안의 진가는 10개국을 하나로 엮을 때 발휘된다. 한국처럼 베트남에 지나치게 기운다면 지금 당장 베트남 시장(약 1억명)은 얻어도 더 큰 그림(5억명 이상)을 보지 못하고 `골든 찬스`를 놓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기업도 멀리 내다보며 아세안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국제부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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