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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L] 갈데까지 간 사법부 신뢰붕괴

  • 채종원 기자
  • 입력 : 2019.01.24 00:05:02   수정 : 2019.01.24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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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영장심사를 받았다. 사법부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순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 사건을 사법부 신뢰의 추락이 더욱더 극심해지는 계기로 받아들인다.

법원 신뢰 붕괴의 1차적 책임은 이 같은 사태의 시작이자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이다. 하지만 밀어붙이기식 수사를 강행하는 검찰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범죄 혐의가 불분명한 사안들도 `재판거래`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다수는 사실인 듯 받아들였다. `도덕적 비난 대상이 될 수 있어도 범죄는 아니다`는 법관들의 항변은 조직 보호 논리로 치부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게 됐다.

판사들의 우려와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고위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내렸던 나의 판결들이 모두 부정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그는 "법정에 선 피고인과 변호인들의 눈빛이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 내부가 심각하게 분열되고 있다는 점이다. 판사들 사이의 자유로운 토론은 사라졌다고 한다. 서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법원에서 초유의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는 것도 우려를 키운다. 지난해 11월 28일 대법원 정문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차량을 향해 판결에 불만을 가진 남성이 화염병을 던졌다. 지난해 5월에는 KTX 해고 승무원들이 대법원 대법정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같은 해 8월 3일에는 옛 통합진보당 당원들이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한 `재판거래 의혹`을 주장하며 대법원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결국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고 있다. 특히 우수하고 존경을 받던 인물들이 최근 잇달아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의 질적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 다수 전·현직 법관들 재판이 오랫동안 이어지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판결은 내려지게 된다.
그러나 어떤 판결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어떤 결론도 국민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 더 극심해질 혼란을 김 대법원장이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가 과연 수습을 위해 노력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사회부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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