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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찾기] 판을 바꾸지 않고 키우기만 하는 까닭

  • 이상훈 기자
  • 입력 : 2019.01.26 00:05:02   수정 : 2019.01.28 10: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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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뜨다` 보니 매일같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게 드라마 `SKY캐슬`이다. 드라마를 보지는 않지만 인터넷만 들어가도 쏟아지는 관련 기사를 접할 수 있고,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도 들리다 보니 줄거리 대강은 절로 알게 됐다.

대한민국 상위 0.1% 가정에서 자란 고3의 목표는 서울대 의대. 왜 그 대학인지, 왜 의대인지를 따지는 건, 적성 운운하는 것은 시쳇말로 `개나 줘버릴` 이야기다. 부모가 가라고 하니까 가는 거다.

부모의 생각은 이렇다. 최고에 도달한 부모를 둔, 최고 환경에서 자란 고3은, 대입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워 최고로 통하는 서울대 의대에 가야 한다. 그 최고를 향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직진한다. 그리곤 일들이 벌어진다.

#요즘 대입 수험생에겐 의대 진학이 최대의 꿈인 듯하다. 유명하다는 학원마다 의대반이 따로 있다. 왜 이토록 의대에 가려 하냐고 물어본다면 다수는 적성을 따져보고 의사 일이 맘에 들어 그런다고 할 거다. 아마도.

그런데 이런 대답도 꽤 있다고 한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성적이 잘 나오니까." 적성 불문하고 성적이 최고이니 최고 점수인 곳에 가야 한다는 거다. 그러고 보니 수능점수에서 서울대를 시작으로 전국 의대들이 최고 위치에 포진하고 있다.

#장황하게 드라마와 입시 이야기를 한 건 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쟁 때문이다. 뭔가 겹쳐 보여서다. 2월 말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데, 7명가량이 도전하고 있다. 한 명 한 명 `스펙`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싶다.

검사장을 거쳐 장관에다 총리까지 지낸 분, 유명 변호사에서 출발해 국회의원과 시장을 한 분, 잘나가던 검사에서 다선 의원과 지사, 당대표까지 거친 분 등. 대선 출마를 한 분도 몇몇 있다.

제각각 출마 이유를 말한다. 통합을 위해서, 당을 이끌 능력이 되니까, 정부를 견제할 적임자니까. 그런데 혹시 진짜 이유, 저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한 그 이유는 다른 게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정치권에선 4~5선 국회의원쯤 되면 흔히 눈에 들어오는 다음 진로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선이나 국회의장이 여의치 않으면 당대표 정도뿐이라는 거다. 또 총리나 서울시장 정도를 하고 나면 다음 길이 마땅치 않다고도 한다. 역시 대선이나, 정치권 영입 말고는. 그러니 이것저것 빼고 하면 도전할 만한 최고 자리가 당대표라는 거다. 최고로 살아왔으니 계속 최고를 찾아 가는 셈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작심 발언을 했다. "명분이 크지 않은 분들이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한다"며 몇몇을 거론했다. "누가 세가 강하냐는 것도 없지 않은 만큼 당선은 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역사적 무게를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도 했다.

이런 말도 내놨다. "그 무게를 생각하지 못하고 권한과 힘 한쪽 면만 보면 당도 스스로도 불행해질 거다." `최고의 자리가 당대표니까`라는 이유로 출마하려는 게 아니냐고 물은 거다. 그러면서 대안을 말했다. "2020년 선거(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하면서 당 기여를 했으면 한다."

#주자들은 `그냥 직진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예상한 듯 김 비대위원장은 "출마하겠다면 어떻게 말리겠나. 그러나 엄청난 역사적 무게와 소명을 느끼고,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출마를 해달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당권 주자들에게 이렇게 묻는 듯했다.
그냥 최고의 자리니까 나서는 게 아니냐, 자리의 무게에 대해 고민 없이 뛰어드는 것 아니냐, 그러니까 앞다퉈 출마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말이다.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출연자의 촌철살인 논평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 한 대학 교수는 너도나도 당권에 나선 한국당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말했다. "판을 바꿔야 하는데 판을 키우려고 하더라. 그러니 어려운 거다."

[이상훈 정치부 국회반장 겸 레이더P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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