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A > 전체

"군사정권 끝장내자"…태국 3월총선 앞두고 `레드셔츠` 돌풍

서민·농민 기반 탁신계 정당
레드셔츠 입고 연일 시위
지지율 32%로 선두 달려

泰 1932년이후 쿠데타만 19번
선거→정정불안→쿠데타 반복
경제성장률 하락에 민심 이탈

  • 임영신 기자
  • 입력 : 2019.01.28 17:52:58   수정 : 2019.01.29 14:40:22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공유
  • 프린트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태국에서 3월 24일 치러질 총선을 앞두고 군부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의 상징인 `레드셔츠` 돌풍이 불고 있다. 레드셔츠는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추종하는 세력이 빨간색 티셔츠나 모자를 착용하고 집회를 한 데서 유래했다.

이번에 레드셔츠 세력이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태국은 2014년 5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5년 만에 민정으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2011년 이후 8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삼파전으로 압축된다.

일단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정당은 탁신 전 총리를 따르는 프아타이당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니다폴`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들은 지지율 32.72%를 기록해 선두에 나섰다. 프아타이당은 태국 북부지역, 북동부 농촌 주민, 지방 저소득층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기업가 출신 탁신 전 총리가 농가와 빈민층에 파격적인 의료 혜택, 부채 경감, 농가 보조금 등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자 이들은 `콘크리트 지지층`이 됐고, 2000년 이후 치러진 모든 총선에서 탁신 계열 정당에 승리를 안겨줬다.

지난해부터 수도 방콕 곳곳에서 빨간색 티셔츠를 입거나 모자를 쓰고 군부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가 심심찮게 열리고, 치앙마이 등 지방에서 `군부 정권 반대`와 같은 현수막이 나붙으면서 `레드셔츠`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외 망명 중인 탁신 전 총리는 이달 중순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지지자 결집에 나서고 있다. 프아타이당은 군부 정권에 의한 강제 해산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말 자매 정당인 타이 락사 차트당을 창당하고 부총재에 탁신 전 총리 조카인 루뽑 친나왓을 선출했다.

탁신 세력에 맞서 현재 집권 중인 군부 정권은 친위대인 빨랑쁘라차랏당을 통해 지지 세력을 모으고 있다. 이 정당에는 내각의 산업부·무역부·과학기술부·총리실 등 현직 장관 4명이 참여하고 있다. 니다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4.16%를 기록해 프아타이당과 6% 안팎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군부, 관료, 재계 인사들은 군부 정권이 지난 5년간 추진해온 경제 정책의 연속성과 윗선에서 결정을 내리는 톱다운 방식을 선호해 이 정당에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기면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이 처음으로 민간의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1946년 창당돼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민주당도 나름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태국 남부지역과 도시 중산층이다. 이들은 왕실을 지지한다는 뜻에서 노란색 티셔츠(일명 `옐로셔츠`)를 입고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2014년엔 탁신 전 총리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당시 총리 퇴진 운동을 주도하며 `레드셔츠`와 격돌했다. 태국 일간 더 네이션은 "이번에도 친(親)·반(反)탁신 세력이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총선에서 승리한다고 바로 집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부 정권에 유리하게 바뀐 선거제도도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다. 민정 이양을 위해서는 프아타이당의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

태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된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태국 국민은 하원(500석)만 뽑는다. 상원(250석)은 군부 정권이 지명한다. 차기 총리는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원 의원들이 참석하는 합동 의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한다. 이에 쁘라윳 짠오차 군부 총리는 빨랑쁘라차랏당이 하원에서 126석 이상을 확보하면 상원(250석)과 합쳐 총리 선출에 필요한 매직 넘버인 `376석`을 달성할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쁘라윳 총리가 다섯 번 미룬 끝에 총선 날짜를 확정한 데엔 빨랑쁘라차랏당이 탁신 계열과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군부 정권의 시나리오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더 네이션은 "유권자 중 절반 이상이 탁신 전 총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는 농민과 서민"이라며 "프아타이당은 탁신 계열인 타이 락사 차트당과 퓨처 포워드당 등과 합쳐 300석가량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태국은 방콕에 사는 1%의 부자가 전체 부(富)의 67%를 독식하고 있다"며 "전 세계를 통틀어 빈부 격차가 가장 심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방콕 밖에 거주하는 절대 다수의 농민과 저소득층이 탁신 계열 정당에 몰표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다른 나라라면 연정을 시도하지만 태국은 군부, 탁신파, 민주당이 서로 앙숙이어서 제휴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쁘라윳 군부 총리가 총리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탁신 계열인 프아타이당이 하원 제1당을 차지하면 의회 파행이 불 보듯 뻔하다. 탁신 계열이 압승해 총리직도 접수하면 반탁신 세력인 `옐로셔츠`가 거리로 뛰쳐나와 태국이 혼돈에 빠지고, 군부는 이를 빌미로 국가 단합이 필요하다며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

태국은 1932년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이후 쿠데타만 19번 발생했다.
대체로 `선거→정정 불안→쿠데타`의 길을 걸었다. 이런 정치 혼란은 태국 경제를 가로막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태국 경제는 2013년 연간 7% 이상 성장했지만 2014년 쿠데타 직후 1%로 곤두박질쳤고 올해는 4% 전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WP는 "총선을 치러도 태국은 또 다른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레이더A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