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A > 전체

中 제조업 위축·기업부채율은 美 2배…`회색코뿔소` 몰려온다

작년말부터 심상찮은 조짐

GDP대비 기업부채 160%인데
G2 무역전쟁 충격 덮치며
기업 자금난·채무불이행 급증
P2P 대출업체까지 잇단 폐업
부동산 거품까지 자극할 수도

  • 김대기 기자
  • 입력 : 2019.01.03 17:52:33   수정 : 2019.01.04 09:36:03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공유
  • 프린트
  • 프린트
  • 이메일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공유
◆ 차이나 리스크 ◆

중국 제조업의 허브인 광둥성에서 정보기술(IT) 부품 위탁생산 및 수출 사업을 하고 있는 두안우시 씨(가명·46)는 지난해 말부터 이 지역 소재의 한 사모펀드 A사와 `헐값` 지분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두안 씨의 회사는 2016년까지만 해도 연 매출 20억위안(약 3277억원)을 올리는 민영기업으로 주목받았으나 중국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사업을 정리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대형 은행의 대출이 이미 꽉 막힌 상황에서 고금리 회사채 발행과 온라인 개인 간(P2P) 대출까지 받아 회사를 살려보려고 했지만 남은 것은 더욱 불어난 `빚더미`뿐이었다. 광둥성에서 직접 만난 A사 심사역은 기자에게 "두안 대표와 같이 자금난에 빠져 회사를 급매로 내놓는 민영기업인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부쩍 늘어났다"며 "지금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회사 10곳 가운데 7곳은 당장 자금 수혈을 받지 못하면 생존에 문제가 생길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경제 리스크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강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제조업 등 실물경제에서 경고등이 켜지며 소비, 투자, 수출까지 연쇄적으로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쌓여온 부채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까지 짓누르고 있다. 급기야 중국 안팎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중국발 쇼크`가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차이나리스크 현실화에 힘을 싣고 있는 대내 변수는 `회색 코뿔소(Grey Rhino)`로 불리는 `부채 공포`다. 기업 부채, 그림자금융, 부동산 거품으로 대두되는 3대 회색 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는 그동안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로 꾸준히 제기돼 오다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 심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잠재적 위험이 가시적 부채 공포로 발현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예측하기 힘든 대외 변수인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 속에서 `부채`와 밀접한 관련이 깊은 회색 코뿔소가 국내 금융 부실을 실물경제로 전이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어 중국 당국의 경계감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실제 올해 들어 회색 코뿔소 위기는 기업 부채 등 부문에서 증폭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윈드(wind)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발생한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규모는 204억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1~11월 중국 회사채 디폴트(1005억4400만위안)의 20%가 지난 한 달간 발생한 것이다. 회사채 디폴트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난 201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집계된 디폴트 누적 규모 1865억2900만위안 가운데 54%가 작년 1~11월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올 한 해 11조7800억위안 규모의 회사채가 만기도래 예정이어서 디폴트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국의 부채 가운데 표면적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기업 부채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중국 기업 부채 규모는 131조900억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55.1% 수준이다. 이는 미국(74%)의 2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이고, 신흥국(108%)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다. 주목할 점은 기업 부채 규모의 증가 속도다. 2008년 금융위기 전인 2006년 12월 당시 해당 비율은 106.5%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부채 증가 추세는 파괴적인 위험 수준"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이자 민영기업의 자금조달 루트 중 하나인 P2P 대출 업계는 줄도산과 폐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P2P 조사기관인 왕다이즈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한때 6426개에 달했던 P2P 업체는 작년 11월 말 현재 1181개사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지난해 1~11월 퇴출된 업체는 1115개에 이르고, 이로 인해 확인된 투자자 손실만 1288억6000만위안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1조5000억위안에 달하는 P2P 시장에서 약 26% 수준인 4000억위안을 부실로 추정하고 있다. 가계 부채의 69.2%가 몰려 있는 부동산 시장도 부채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올 한 해 갚아야 할 위안화 채무는 3850억위안, 달러화 표시 채무는 145억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부채 공포가 미·중 무역전쟁과 함께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작년 12월 중국 공식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를 기록했다.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데 임계점인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6년 7월(49.9)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이와 별도로 지난 2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차이신 제조업 PMI 역시 49.7을 기록하며 2017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위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장 전망치 8.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을 기록하자 시장에서는 `쇼크`로 받아들였다.
작년 1~11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했지만 지난해 1월 증가율(7.9%) 수준에는 못 미친다. 중국의 대표 소비 바로미터인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 11월 255만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13.9%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1월 이후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웨이제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올해 3월부터 P2P 등 그림자금융의 부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민영기업의 자금난과 부채 가중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금융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강하게 취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중국 경제는 2020년까지 혹독한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 많은 레이더A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