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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소송전 돌입…화재없던 차주도 `간접손해` 배상받나

조사단 `車결함원인` 결론에
간접손해 인정 가능성 커져
"잠재적화재우려·중고값 하락"
3300여 차주들 손배소 제기

`현실화안된 손해` 회의론도
조사단 발표 법적효력 없어
결함은폐 재판부인정이 변수

  • 성승훈 기자
  • 입력 : 2019.01.01 18:16:07   수정 : 2019.01.02 10: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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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부터 50여 건이 집중된 BMW 차량 화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부 민관합동조사단이 `차량 결함`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해 피해자인 원고들에게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 사고가 나지 않았는 데도 `금전적·정신적` 손실 등을 이유로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에 참가한 차주들에 대한 승소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올 상반기 소송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간접손해`에 대한 인정 여부와 정도를 두고 법적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법무법인 해온은 지난달 20일 차주 300여 명을 대리해 BMW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8월 1차(1200여 명), 10월 2차(800여 명)에 이어 세 번째다. 현재 4차 소송인단 모집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는 차주도 1000여 명에 이른다. 차주 총 3300여 명은 1000만∼5000만원 상당 배상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차량에 화재가 발생한 `직접피해자`는 5000만원대 배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극소수다. 대다수는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금전적 손해(격락손해)와 화재 우려 등 정신적 손해를 주장하는 `간접 피해자`다. 이들은 대부분 1000만원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51·사법연수원 23기)는 "가치가 하락할 만한 다른 요소가 없고 화재 발생 위험이 시장에 알려졌다면 이론적으로는 (간접손해에 대한) 배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차량 때문에 생긴 손해는 그 차량을 판매해 이득을 본 자가 부담하는 게 옳고 그러한 간접손해를 인정한 판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격락손해도 배상이 가능하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전세버스 운송업체 A사가 보험사를 상대로 "차량을 수리했는데도 중고차 평가금액이 감소했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수리 불능 탓에 교환가치가 떨어져도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대법원은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라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해 왔다. 2003년 시장 상인 용 모씨가 "전기 공급이 중단돼 손해를 봤다"며 조합장 정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재산적 손해배상만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손해 인정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간접손해는) 현실화되지 않은 손해에 해당돼 전형적인 격락손해로 간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해가 인정돼도 배상액이 적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허윤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43·변호사시험 1회)는 "소송을 통해 격락손해 배상금을 받아낸 사례가 있지만 금액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신적 손해는 인정받기 힘들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김현성 법무법인 동백 변호사(51·31기)는 "신체·생명에 심각한 손해가 있었을 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게 원칙이라서 (사고 발생) 우려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합동조사단이 지난달 24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화재 원인에 대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설계 결함 때문"이라고 밝힌 것은 간접손해 인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차량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BMW 측은 재판 과정에서 "(화재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심리하는 게 합당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다만 조사 결과가 법적 효력이 없어 재판부가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합동조사단은 "BMW가 2015년부터 결함을 알고 있었는데도 이를 고의적으로 축소·은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결론이 법원에서 인정되면 BMW의 손해배상 가능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또 경찰은 "(고의 축소·은폐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파악됐다"며 지난달 30일 BMW코리아 상무와 직원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입건한 바 있다.

과거 제조물 결함에 대한 소비자들 소송은 `직간접 피해 여부`와 `피해 정도`에 따라 판단이 갈렸다.
2016년 11월 법원은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 `세퓨` 소비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고 측이 폐 손상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 2017년 6월 법원은 시민 44명이 "디젤차 일부가 인증시험보다 10∼40배 많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 측을 직접 피해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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