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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前대법원장 구속기소…범죄혐의 47개

1심 선고 8월초 예상

공소장만 무려 296쪽
檢 "이달 수사 마무리"

행정처 경력없는 법관들
재판 맡을 가능성 제기

대법원장 직무권한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 벌일듯

  • 채종원,성승훈 기자
  • 입력 : 2019.02.11 16:15:22   수정 : 2019.02.11 2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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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을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구속 기소했다. 전직 대법원장을 기소한 것은 처음이다. 같은 혐의로 박병대(62·12기), 고영한(64·11기) 전 대법관은 불구속 기소했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은 법관 인사 불이익 관련 혐의를 추가로 기소했다. 2017년 3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1년11개월,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지 8개월 만에 직전 사법부 최고위급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47개이며 공소장은 296쪽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공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통보처분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번 사안들에선 반복성과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것)로 기소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헌법재판소 사건 개입 및 내부정보 유출 △대내외 비판세력 탄압 △사법부 비리 축소·은폐 △공보관실 예산 유용에 관여한 혐의도 있다. 또 법원 내부망에 `한미 FTA 관련 태스크포스팀` 설치를 청원하는 글을 올린 김 모 판사와 SNS에 한미 FTA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최 모 판사에게 인사불이익을 준 혐의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들을 포함해 행정처의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에 이름이 오른 법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31명에 달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법관들 징계와 관련해 대법원이 관련 자료나 공소장을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 1심 선고는 8월 초로 예상된다. 구속기간이 기소된 날로부터 최장 6개월이기 때문이다. 심리할 기록이 방대해 구속기간 만료 전에 선고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공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에선 대법원장의 직무 권한에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받고 있는 다수 혐의의 유무죄를 가를 핵심 법리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은 직권남용 혐의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과 검찰 측이 `직무 권한 범위`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검찰 측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특수부 부장 검사들이 재판에 직접 나선다.

어느 재판부가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맡게 될지도 관심사다. 법원 정기 인사 시기지만 빠른 재판을 위해 현재 재판부 중 한 곳에 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중 이번 의혹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거나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한 법관 등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재판을 맡을 수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형사합의부 중 부패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7곳이다. 이 중 이달 퇴직하거나 2년 이상 근무한 재판장이 속해 있거나, 의혹과 관련해 거론된 법관들이 포함된 재판부를 제외하면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이순형)·36부(부장판사 윤종섭)가 남는다. 이 중 형사합의 36부는 임 전 차장 사건을 맡고 있어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양 전 대법원장 사건까지 맡기면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처럼 기존 배당받은 사건을 다른 재판부에 넘기고 이 사건들만 심리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 이순형 부장판사(47·28기)는 2002년 부산지법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때 법원장이 양 전 대법원장이다.

이 때문에 경제사건 담당 재판부지만 사실상 이번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행정처 근무 경력이 없는 법관들로 구성된 형사합의 34부(부장판사 송인권)와 35부(부장판사 박남천)의 배당 가능성이 점쳐진다. 그 외 형사합의 26부(부장판사 정문성)·29부(부장판사 강성수)가 있지만 두 재판부 모두 성범죄 사건 담당이라 배당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2주 후면 현재 교체 대상인 재판부들이 새롭게 구성되기 때문에 이들 중 이번 의혹과 관련 없는 법관들로 이뤄진 곳에 배당할 가능성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기소 후 추가로 일부 전·현직 법관들에 대해 선별 기소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이달 안에 사법부 관련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검찰이 `재판청탁 의혹`을 언제 어떻게 조사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에 따르면 임 전 차장 추가 공소장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전병헌 전 의원,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과 이군현·노철래 전 의원 등이 재판 관련 청탁을 한 정황이 기재돼 있다. 검찰은 "정치인 관련 법리 검토는 사법부 수사 이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이날도 밝혔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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