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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탈리아 北대사대리 망명타진…심상찮은 외교엘리트의 이탈

조성길, 11월초 부인과 잠적
2017년 대사 추방이후 대리役
父는 노동당 중앙위 간부 출신
임기만료 앞두고 평양行 거부

가족동반한 `이민형 망명`일듯
중도 공개돼 행선지는 안갯속

  • 김성훈,김정범,이윤식 기자
  • 입력 : 2019.01.03 17:48:13   수정 : 2019.01.04 00: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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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11월 초 잠적해 서방 국가로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3일 파악됐다. 조 대사대리는 사실상 이탈리아 대사 역할을 수행했지만 직급은 `1등 서기관`에 해당하는 실무급 간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이탈리아 정부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제3국 망명을 진행하는 동안 북한으로 송환되지 않기 위한 외교 절차다. 현재까지 그가 어떤 국가로 망명을 신청했는지, 이탈리아 정부가 어떻게 신병 처리 방안을 결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 대사대리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 제3국으로 망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국내로 입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2000년 1월 이탈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조 대사대리가 2015년 5월 현지에 부임한 점을 고려하면 약 3년간 이탈리아에서 근무한 것이다.

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2017년 7월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로 부임한 문정남 현 시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이후인 그해 10월부터 대사대리를 맡아왔다.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정보위 간사는 국정원 측 브리핑을 받은 후 "조 대사대리는 2018년 11월 말 임기 만료되는데 임기 만료에 앞서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잠적했다"면서 "조 대사대리가 부인과 같이 나갔다고 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본국에 귀환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이에 불응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2016년에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한국으로 망명한 바 있다.

이탈리아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본부가 위치한 북측의 대유럽 외교 거점이다. 서유럽권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공산당 활동이 활발하고 좌파 성향 정치세력이 활성화돼 있어 북측도 공을 들이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중요성을 가진 이탈리아를 담당하는 조 대사대리가 망명을 시도한 것에 대해 북측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대사대리가 망명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지며 북측은 재외공관은 물론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주요 외화벌이 기관들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망명 시도 사례가 북측 외교관·대외 교역업무 종사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회자되며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날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이른바 `중간 엘리트` 계층으로 볼 수 있는 조 대사대리의 망명 시도가 북한 체제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대외업무에서 중추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중간 간부급의 망명, 탈북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평양의 권력 핵심층에서도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조 대사대리가 망명을 타진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로는 우선 자녀들의 미래를 감안한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사대리는 지난해 말 3년 임기가 끝나고 평양 귀환 명령을 받자 이를 거부하고 망명을 결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 대사대리의 사례 역시 2010년대 이후 북한의 중간 엘리트 계층이 자녀 교육과 더 나은 생활 여건을 찾아 평양을 등지는 이른바 `이민형 탈북`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측 대외 분야 핵심업무에 종사하다가 한국에 들어온 한 탈북민은 앞서 매일경제와 만나 탈북 사유에 대해 "가족과 넓은 세상을 보고 다녔는데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를 모르고 살았다면 모를까, 꿀을 먹어봐야지 꿀이 달콤한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유도 겪어보면 자꾸 찾게 돼 있다"고 말했다.

조 대사대리가 직무 과정에서 겪은 금전·사상적 문제 때문에 평양 귀환 이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제3국 망명을 타진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북측 재외공관들은 매년 평양에 이른바 `충성자금`을 보내기 위해 밀거래 등 부당한 상업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최고지도자 등 체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적발됐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고위급 출신 탈북민은 "북한에서 제재 등의 이유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조 대사대리도 부패 문제에 연루된 것 같다"면서 "그렇다면 북에 들어가면 처벌받을 것이 자명한 만큼 (도피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자녀 문제 등 탈북 이유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오지만 결정적인 것은 본인 신상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북측은 이탈리아에 외무성 국장급 대사를 포함한 외교관 5~6명을 파견해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대리`로서의 한계와 엄중한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공개적 외교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조 대사대리는 평양외국어대학과 대외 부문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급 간부양성기관인 평양 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친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간부를 지내다가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은 "조 대사대리는 75년생이며 44세"라고 밝혔다.

이날 조 대사대리 가족이 망명 절차를 완료하기 전에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들의 최종적인 행선지 역시 매우 불투명해졌다. 망명 추진 사실이 도중에 알려진 이상 북측과의 비핵화 협상,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한미가 조 대사대리 가족을 곧바로 입국시키기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가 나서서 조 대사대리의 한국행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성훈 기자 / 김정범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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